11월 30일쯤의 독자께,
안녕하세요. 『 반쯤은 하이틴 로맨스』(이하, 『반하로』)를 편집한 편집자 S입니다. 여러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쓰는 마음은 상당히 무겁고 조금은 무섭고 대단히 긴장되네요. 새삼 우리학교의 모든 작가님께 존경의 박수와 무한한 감사를 올리고 싶어집니다. 아, 물론 독자님들께는 찬란한 영광과, 영원한 행복을 드리고 싶어집…… 죄송합니다.
최근 저의 일상은 세 가지 순간으로 구성되는데요. 첫째, ‘어라랏?’(비표준어입니다). 둘째, ‘오호라?’. 셋째, ‘아차차!’가 그것입니다. 보통은 이 순서대로 모든 경험이 이루어져요. 어? 오호? 아차! (맞습니다. 실수와 잘못의 연속, 반성과 다짐의 계속이 저의 일상입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의 시작을 말하자면 우선, 올해 3월 2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운명의 그날, 우리학교 대표 메일로 한 통의 메일이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아래와 같았지요.
[투고] 청소년소설 '멋지다 배서인' 샘플 원고 투고합니다
투고 담당자인 저는 바로 메일을 열어 앞부분의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가…… 끝났습니다. ‘어랏? 내 시간이 어디로 갔지?’ 미완성인 원고를 단숨에 일독한 소감이었지요. ‘어라랏?’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은 ‘어라랏?’과 함께 옵니다. 보통 ‘어? 얘가 왜 이래?’ 하는 생각이 들면 이별 통보 혹은 고백 공격을 받게 되죠. 『반하로』는 첫 문장부터 더없이 강력한 고백으로 제 느슨한 일상에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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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오호라?’이지요. 어디를 보나 완벽한 남사친의 전형인 재하가 학교에서 겉도는 주인공 서인의 비밀, 즉 3년 전에 죽은 친구 혜리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매달 꿈에서 혜리를 만난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 봐라? 일이 재미있어지네?’ 네, 그렇습니다.
과연 재하와 서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서인은 혜리를 잘 보내 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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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내 친구 혜리. 내가 반 애들에게 거리를 두는 이유도, 혼자 마음 아파하고 있는 이유도 모두 혜리다. 내 세상은 혜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이재하가 혜리 이름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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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네.”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엄마가 좋아하시는 꽃.” “그럼 하나 따.” “배서인, 인성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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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아버지도 좋으시겠다.” “딸이 랩 잘해서?” “아니, 예뻐서.” “나…… 난 예쁘지 않아.” “무슨 소리야? 아버지 본인이 예쁘셔서 좋으시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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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살랑거리다가 찌르르 아릿한 열일곱 살 아이들의 여름에 푹 빠져 지내다 보면…… 마감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아직 남은 것이 있지요. 바로 ‘아차차!’입니다. 어떤 일이든 꼭 한 가지씩 아쉬움이 남아요. (칠칠치 못한 사람의 변입니다.) 그래서 아차차가 몇 번이었냐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 반쯤은 하이틴 로맨스』는 아차차의 횟수 같은 건 어찌 되어도 좋을 만큼 사랑스러운 이야기와 예쁜 표지가 저의 죄를 사하여 주었……을 것 같습니다. (추후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큼큼,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해 주신 두 분의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계세요. 김대경, 서현숙 선생님께 『반하로』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릴 때 했던 이야기를 우리학교 독자님께 마지막으로 들려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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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출판사 1층에는 목련 한 그루가 있어요.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든 밝은 곳으로 가지를 뻗으려는 나무를 보면, 마음이 뭉근해집니다. 『반쯤은 하이틴 로맨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반쯤의 로맨스로, 주인공 배서인이 미스터리한 같은 반 반장 이재하를 만나, 재하와 함께 밝은 쪽으로 나아가는 어느 계절에 관한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누군가와는 밝은 쪽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잘 담긴 청소년 문학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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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배서인” “나도 네 팬이 되게 해 줘.” “사랑스러운 사람은 마침내 모두에게 사랑받게 되어 있어.” _본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이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응원입니다. 우리에겐 응원이 필요하니까요. 글쎄 필요하다니까요!
프리틴, 미드틴, 하이틴, 포스트틴 모두 반쯤은 행복하시기를 바라며
2023. 11. 30. 서교동에서 반쯤의 편집자 S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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